지방 소멸의 해법을 실험하다… ‘영암순환경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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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의 해법을 실험하다… ‘영암순환경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월출페이를 엔진으로 주거·금융·산업·농업·조달까지… 영암군의 자립형 지역경제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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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 앞에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남 영암군이 ‘지역 안에서 벌고, 쓰고, 다시 키우는 경제’를 내세워 눈길을 끌고 있다. 영암군이 제시한 해법은 ‘영암형 지역순환경제’, 줄여서 ‘영암순환경제’다.

영암순환경제의 핵심은 지역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고, 지역 안에서 끊임없이 순환시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군민은 이 순환 과정의 수혜자이자 주체로 참여하고, 지역경제는 자립 기반을 다지며 선순환의 톱니를 맞물린다. 영암군은 이 경제 시스템 구축에 행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지역순환경제의 엔진, 지역화폐 ‘월출페이’
영암순환경제의 출발점이자 엔진은 지역화폐 ‘월출페이’다. 영암사랑상품권을 기반으로 한 월출페이는 단순한 소비 촉진 수단을 넘어, 전국 최초로 가맹점 간 순환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며 지역화폐의 활용 지평을 넓혔다.

소상공인이 소비자의 QR 결제로 받은 월출페이를 다시 다른 가맹점에서 사용할 경우 10% 캐시백을 추가로 지원해, 매출이 지역 안에서 재투자되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기부 기능, 교통비 결제까지 통합하면서 월출페이는 생산·소비·이동·나눔을 잇는 지역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오는 3월부터는 온라인 농특산물 판매장 ‘영암몰’에서도 월출페이 결제가 가능해진다.

영암군은 올해 월출페이를 ‘영암형 지역화폐 3.0’으로 고도화한다. 전 군민기본수당을 월출페이로 지급하는 방안도 본격 검토 중이다. 공공 재원이 지역 내에서 안정적으로 소비·순환되며 지속적인 승수 효과를 내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월출페이와 상권 활성화 사업, 천사펀드를 연계해 지역경제 전반을 잇는 금융 생태계도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다.


■ 주거 안정, 지역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
영암군은 ‘주거 안정 없이는 지역경제도 없다’는 인식 아래 공공주택 정책을 영암순환경제의 첫 번째 톱니바퀴로 설정했다. 청년과 신혼부부의 주거 부담을 줄여야 정주와 소비, 취·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제활동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그 결과 지난해까지 청년·신혼부부 공공주택 92호 입주를 성사시켰다. 낮은 임대료와 안정적인 주거 환경은 청년층의 호응을 얻었고, 절감된 주거비는 소비로 전환돼 지역경제에 다시 투입됐다.

올해는 양적 확대와 질적 고도화가 동시에 추진된다. LH와 협약한 공공주택 200호 공급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남풍지구에는 ‘전남형 만원주택’ 100세대, 교동지구에는 ‘지역활력타운’ 24세대를 조성한다. 주거·교육·문화·돌봄을 집약한 생활 인프라를 통해 생활인구의 정주인구 전환도 유도할 계획이다.

■ 천사펀드, 상부상조를 금융으로 구현하다
영암형 사회적 금융인 ‘천사펀드’는 지역순환경제의 두 번째 톱니다. 제도권 금융 접근이 어려운 군민에게 무이자·무담보·무보증의 ‘3무 대출’을 제공하며 복지 사각지대를 메웠다.지난해 지역기업과 군민의 기부로 1억3,000만 원의 기금을 조성해, 위기에 처한 군민 35명에게 최대 500만 원씩 긴급 대출을 지원했다. 구림대동계의 상부상조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이 모델은 ‘영암형 기본사회’의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영암군은 올해 천사펀드를 ‘영암형 지역순환경제기금’으로 확장한다. 주거·의료·돌봄은 물론,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라이콘 펀드’로 키워 규모를 50억 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원금은 월출페이와 연계해 지역 소비로 환류되도록 설계한다.


■ 기업과 지역의 협업, 산업 활력으로 이어지다
영암군은 ‘구매와 협업’을 축으로 기업-지역 상생 정책을 펼쳐왔다. 온라인 영암몰은 지난해 매출 6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고, 성심당·얌샘김밥 등과의 로코노미 협업으로 농산물 333톤, 16억 원의 추가 매출을 올렸다.대불국가산단 입주기업의 영암쌀 소비는 249톤에 달했고, HD현대삼호 협력사 복지기금과 연계한 농특산물 공동구매는 11억4,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올해는 이를 상시 구매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데 주력한다. ‘영암농식품유통센터’를 출범시켜 영암몰 고도화와 농특산물 브랜드 관리를 전담하고, 2029년 직매장 매출 2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공급망을 정비한다.

■ 계약재배와 공공조달, 지역경제의 안전판
농업 분야에서는 계약재배를 통해 농가는 생산에 집중하고, 기업은 가공·유통을 맡는 구조를 안착시켰다. 올해는 생강 등 전략 품목을 추가하고, 연구·가공·유통·브랜딩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격상시킨다.공공조달에서도 ‘지역 예산의 지역 환류’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지난해 수의계약 공사의 97.2%를 지역업체와 체결하며 지역 기업의 경영 안정과 고용 유지를 뒷받침했다. 올해는 사회적경제기업 참여 확대와 광역 공공조달 협력으로 효율성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높일 계획이다.


■ "이제는 결실의 시간”
우승희 영암군수는 "지난 3년 6개월이 가능성을 확인하고 씨앗을 뿌린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그 결실이 군민의 일상에서 체감되는 시기”라며 "평범한 영암군민이 영암순환경제의 주인공으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현장에서 답을 찾으며 담대하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지방 소멸의 위기 속에서 영암군이 선택한 실험은 단순한 정책 나열이 아닌, 지역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경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1 - 2025 국회 입법박람회
사진2 - HD현대삼호 협력사 멜론 시식회
사진3 - 청년 신혼부부 공공주택 동호 추첨
사진4 - 영암군 지역순환경제 활성화위원회
김은옥 기자 1965p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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