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시간, 색으로 스며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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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시간, 색으로 스며들다

- 전남도립미술관, 김선두 초대전 ‘색의 결, 획의 숨’… 수묵으로 풀어낸 40년 예술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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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립미술관이 남도의 풍경과 삶을 수묵으로 길어 올린 한국화가 김선두의 예술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초대전을 연다. 미술관은 오는 3월 22일까지 ‘김선두 초대전–색의 결, 획의 숨’을 개최하고, 장흥 출신 작가가 40여 년에 걸쳐 구축해 온 조형적 탐구와 회화적 실천을 입체적으로 소개한다.이번 전시는 전남도립미술관이 추진하는 지역 작가 초대전 기획의 일환으로, 남도 수묵의 정신을 바탕으로 전통 한국화의 미학을 오늘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대기적 나열을 벗어나 작가의 삶과 경험,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구성해 김선두 회화의 본질에 보다 깊이 다가가게 한다.

김선두는 남종 문인화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소천 김천두(1928~2017)의 장남으로, 남농 허건과 월전 장우성에게 사사한 부친의 예술 세계를 잇는 동시에 자신만의 독자적 화법을 확립해 왔다. 김선두와 차남 김선일, 손자 김중일(서울대 한국화과)로 이어지는 3대 화가의 계보는 한국화단에서도 드문 사례로 꼽힌다.1980년 일랑 이종상 화백에게 산수화와 장지 기법을 배우며 본격적인 작가 수업을 시작한 김선두는, 1984년 제7회 중앙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며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고향 선배인 소설가 이청준과 30여 년간 교류하며 문학과 회화의 접점을 넓혔고,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서는 오원 장승업의 그림 대역을 맡아 대중과도 만났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 표지화를 통해 그의 그림은 문학 독자층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시에는 고향의 기억과 남도의 자연에서 출발한 ‘남도 시리즈’를 비롯해 ‘낮별’, ‘느린 풍경’, ‘지지 않는 꽃’, ‘아름다운 시절’ 등 주요 연작이 폭넓게 소개된다. 특히 대형 신작 ‘밤길’과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작품들이 다수 포함돼, 작가의 조형 언어가 어떻게 확장돼 왔는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김선두 회화의 핵심은 장지 채색 기법에 있다. 전통 한지인 장지 위에 동양화 분채와 안료를 혼합한 색을 수십 차례 덧입히는 방식으로, 색은 장지의 물성에 따라 천천히 스며들고 겹겹이 축적된다. 이 축적의 과정은 화면 위에 ‘시간의 결’로 남고, 그 위를 오가는 붓의 움직임은 호흡처럼 살아 숨 쉰다. 전시 제목 ‘색의 결, 획의 숨’은 바로 이러한 회화적 특징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전시는 모두 4개 장으로 구성됐다. 남도 풍경의 감각과 서정을 담은 ‘1. 모든 길이 노래더라’, 들꽃 이미지에 깃든 생명력을 조명한 ‘2. 그거이 달개비꽃이여’, 고향의 대지와 삶의 속도에 대한 성찰을 담은 ‘3. 사람다운 길은 곡선이라야 한다’, 한국화의 동시대적 의미와 가능성을 모색한 ‘4. 우리 그림을 위하여’로 이어지며, 관람객은 ‘길’이라는 서사적 모티프를 따라 작가의 내면과 사유를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시와 그림을 매개로 한 참여형 공간도 눈길을 끈다. 문학인들과의 협업을 꾸준히 이어온 김선두는 "내게 시는 지난한 붓질의 이유이자 원동력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람객은 작품과 시를 함께 마주하며 남도의 땅과 삶, 자연의 정서를 보다 깊이 체감할 수 있다.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김선두 예술이 지닌 색의 결과 획의 숨을 고요히 경험하며, 남도 수묵의 정신이 오늘의 삶과 회화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확장되는지를 조명하고자 했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김선두의 작업이 연구와 담론으로 더욱 확장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1 - ‘색의 결, 획의 숨’ 전시 포스터
사진2 - 김선두 작-느린 풍경
박우석 기자 1965p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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