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지방자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분명하다. 바로 ‘주민의 복리 증진과 행복 실현’이다. 초기 지방자치가 제도의 틀을 갖추고 권한을 확대하는 데 주력해 왔다면, 이제는 그 성과를 주민의 삶 속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성숙한 지방자치’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그동안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양적 성장에 집중해 왔다. 산업화 시대 국가 정책이 그랬던 것처럼, 자치단체 역시 눈에 보이는 성과를 중심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대규모 공공 인프라 확충,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공모사업 유치가 주요 목표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약 40%가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필자는 제8대 담양군의회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며 지역구인 봉산·수북·대전면은 물론, 담양군 12개 읍·면 주민들을 수시로 만나왔다. 그 과정에서 접한 주민들의 요구는 결코 거창하지 않았다. 주민들이 행정에 바라는 것은 생활 속에서 겪는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것이었다."마을 진입로가 너무 좁아 농기계가 오가기 힘들다”는 한 주민의 하소연은 수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 불편은 주민들에게 매일 반복되는 현실이자 절실한 문제다.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관계 부서와 협의해 문제를 해결했을 때, 환하게 웃는 주민들의 얼굴에서 의정활동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특정 지역에만 집중된 화려한 시설물이 아니다. 고향을 지키고 생업을 이어가기 위해 애쓰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생활의 작은 불편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행정이다.‘들을 청(聽)’이라는 한자를 들여다보면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해진다. 귀(耳), 임금(王), 열 개의 눈(十目), 하나의 마음(一心)이 모여 만들어진 글자다. 왕처럼 귀를 열고, 열 개의 눈으로 상대를 살피며, 하나의 마음으로 듣는다는 뜻이다.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을 넘어 몸과 마음을 상대에게 기울이는 것, 그것이 바로 경청(傾聽)이다.우리는 흔히 말을 잘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공동체를 움직이는 힘은 오히려 ‘잘 듣는 것’에서 나온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끝까지 듣고 공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주민의 권한을 위임받아 의정활동을 하는 의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역시 주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성숙한 지방자치의 출발점이다.
민생의 현장에서 만나는 주민들은 권한 있는 자의 책임 있는 답변과 실질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생활 민원을 충분히, 그리고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자치단체는 결국 주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작은 민원 하나라도 성심껏 해결하려는 노력은 행정과 주민 사이에 신뢰를 쌓는다.‘성숙한 지방자치’는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작은 불편도 놓치지 않으며,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지방자치의 목적이 주민의 행복에 있다면, 그 첫걸음은 언제나 경청이어야 한다. 작은 것부터 잘 듣고 충분히 배려하는 자치, 그럴 때 주민은 비로소 지방자치를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사진 - 담양군의회 조관훈 의회운영위원장
장형덕 기자 gas4036@naver.com






편집 : 2026.07.26 (일) 09:51


